![]() |
|
극단 마실 이경수 대표와 '엄마 배우' 손혜정 씨 가족. | |
그런데 이 씨는 생경하게도 현재 극단 대표로 일한다. '숫자'와 '공식'만 공부하던 그가 예술이라니. 물론 '본업'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,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.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은 동갑내기 아내 손혜정 씨다. 그는 손 씨를 대학 때 만나 2003년 결혼했다. 손 씨는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다. 불과 몇 년 전까지는.
만약 아내가 별안간 '신이 내린 직장'을 그만두겠다고 한다면, 남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. 이 씨가 그런 상황을 맞았다. 어릴 적부터 연극하는 일이 꿈이었던 손 씨가 갑자기 휴직을 결정한 거다. 이 씨는 "아이들과 연극으로 대화하고 싶다"는 아내의 뜻을 따랐다. 덕분에 아내는 2003년 8월 '연수 휴직계'를 내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에 들어가 아동청소년극을 전공했다.
여기서 끝이 아니었다. 첫 아이가 태어나 힘든 상황인데도 아내는 무려 30차례나 사전제작 공연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연구해 가족극을 제작했다. 하지만 아내는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제작자나 극단을 찾지 못했다. 그러자 이 씨는 아내의 공연을 자신이 직접 올려주기로 마음먹었다. 이 씨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극단 대표가 된 사연이다.
![]() |
|
가족극 '달려라 달려 달달달' 공연 장면. | |
극단 마실이 '달려라 달려 달달달'을 들고 이 씨의 고향 가까이 내려온다. 마실은 26일 오후 4시 경남 함안군 대산초등학교에서 '이야기 익는 마을잔치-달려라 달려 달달달'(작·연출 손혜정)을 상연한다.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'사계절 문화나눔 사업'의 한 가지로, 경북 충북 전남 등지를 옮겨가며 올해 말까지 순회 공연한다.
작품은 수도권에서 이미 우수 아동극으로 검증받았으며, 객석의 아이들이 반응하는 다양한 상황들을 공연에 적극 반영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된다.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. 한 편의 노래처럼 들려지는 공연은 시각장애우들이 보기에도 좋다.
연극은 전라도 무주에서 전해내려온 무주 구천동 순행전설을 뼈대로 한다. 암행어사 박문수가 암행길에 어려움에 처한 한 가족을 발견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. 무료 공연이며,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. 이 씨는 "고향 부산에서도 꼭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"며 "여건이 되면 언제든 부산 무대를 찾겠다"고 말했다.